돈보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실세들

정치 탐구

나는 음모론을 좋아하지 않고, 정치를 지나치게 음모론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식의 분석은 웬만하면 지양하려 하는 편입니다. 또한 나는 정치를 권력투쟁의 산물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를 바라보는데 있어 그다지 건강한 시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경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외에 정치의 이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는게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특히 겉보기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때, 그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결국 베일 뒤에 가려진 사람들 앞에서 멈출 때가 많습니다. 


이 글은 차후에 좀 더 깊은 정치적 분석을 하기 위해 쓰는 간략한 소개글입니다. 제가 여기저기서 듣고 정보를 수집한대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핵심 실세들에 대한 정보를 적어보려 합니다. 일단 이 글에서는 청와대에 소속되어 있는 인사들만 다루고 있으므로, 김경수나 3철은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아래에 서술할 인물들 중에서는 여러분들이 자주 들어서 이름을 잘 알고 있는 인물도 있을 것이고, 전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인물들도 있을 것입니다. 


유명한 인사부터 시작해보죠. 

 

1.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아마 이 사람을 떠올리고 이 글을 클릭하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임종석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일했고, 현재는 청와대를 나와서 당에 복귀해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종로 출마가 유력해 보이는데, 당 내에서 정세균 의장과 교통정리가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은 임종석과 힘을 합치면서 비로소 당내 패권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임종석은 원래 박원순의 사람이었습니다. 임종석 휘하의 조직들, 그를 따르는 전대협 출신 사람들, 그의 영향력 하에 있는 정치인들도 꽤 있었기 때문에 임종석은 박원순한테는 참으로 든든한 동반자였지요. 그러나 문재인이 서서히 대세가 되어간 시점에, 임종석은 박원순을 버리고 문재인과 연합해 선거 동맹을 만들어 냅니다. 박원순은 문재인을 패권주의라고 맹비난했지만, 이미 결성된 친노친문과 NL, 전대협의 강고한 동맹 앞에서 박원순은 깨갱하고 차후를 기약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임종석은 청와대 1호 인사로 들어오면서 그에 대한 문재인의 신임을 증명했고, 문재인은 그에게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책까지 맡기면서 그를 정치적으로 키워줬습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공기업, 공공기관 등 여기저기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NL/운동권/전대협 출신 인사들, 그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왔고 앞으로도 끼칠 수 있는 인물인만큼 임종석을 현 정부 최고의 실세로 꼽아도 전혀 이상함이 없습니다.


참고로 임종석은 민주당 내 모든 인물들과 원만한 관계에 있는 인물은 아닙니다. 추미애와 약간 불편한 기류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이해찬 쪽에서도 그를 견제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2.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백원우라는 이름이 약간 생소할 수도 있겠습니다. 허나 정치에 별로 관심없는 사람들 중에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그의 장례식 당일날에 이명박에게 살인자라고 울부짖으며 면전 앞에서 사과하라고 소리쳤던 민주당의 한 의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꽤 많을 겁니다. 그가 바로 백원우입니다. 


살기어린 눈으로 이명박을 쏘아보며 복수의 칼날을 갈아오던 인물이 이제 진짜로 칼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문재인 정권 초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진짜 실세는 백원우 민정비서관이다"라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파다했습니다. 민정수석 조국은 사법개혁 등에 매진하고 있고, 사실상 사정을 주무르는 1인자 역할을 하는건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아니냐 하는 추측도 많았구요. 과거 이명박과의 악연을 생각해봐도 그가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 적폐청산 캠페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보수야권, 군, 법원, 재벌 등을 상대로 한 적폐수사가 진행될수록 그 과정에서 그의 역할이 중요했음은 여러가지 단서를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역시 총선 출마를 위해 당으로 복귀한 상황이고,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다고 하더군요. 총선 때 민주당에 새로 영입될 인물들은 이제 백원우가 한번씩 필터링하게 되는 셈입니다. 한편, 최근에 이슈가 된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윤규근 총경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인물로, 백원우 민정비서관과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실상 백원우의 심복 역할을 했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윤건영 (청와대 비서실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상황실장은 사회의 모든 이슈 동향과 국가의 모든 정보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자리입니다. 사실상 비서실장 다음으로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자리에 있는 윤건영 청와대 상황실장은 국민대 총학생회장 운동권 출신으로, 참여정부 때도 정무비서관으로 일했었고, 18대 대선 전부터 문재인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드루킹 사건이 터졌을 때였습니다. 드루킹은 검찰 진술에서 윤건영을 청와대의 핵심 실세로 언급했고, 다른 진술자들 중에서도 문재인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을 두 명 꼽자면 당에는 김경수, 청와대에는 윤건영이라고 꼽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청와대 내에서 문재인의 숨어 있는 복심 같은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여겨집니다. 



4. 김수현 (현 청와대 정책실장, 전 사회수석)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입니다. 원래 정책실장 자리에는 장하성이 있었지만, 그는 여러가지 논란을 일으키며 사실상 경질되었고, 기존의 사회수석 자리에 있던 김수현이 정책실장으로 한 단계 승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장하성만큼이나 나라에 큰 해악을 끼친 인물입니다. 


김수현은 참여정부 때도 청와대에서 일했는데, 그 유명한 8.31 부동산대책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던 인물입니다. 문재인은 집권 이후 그를 더 크게 쓰기 위해서 그에게 다시 부동산 전권을 쥐어주며 부동산정책을 맡깁니다. 8.2 부동산대책, 9.13 부동산대책 전부 그의 작품이고, 그의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현장에서 대신 욕쳐먹고 있는게 김현미 국토부장관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면 김현미보다 김수현이 더 책임이 큽니다. 


최근에는 이인영 원내대표와 사석에서 나눈 대화가 공개되어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한편, 그는 부동산 뿐만 아니라 탈원전, 교육, 여성정책 등 다른 여러가지 사회 문제들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5.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노무현 때부터 그를 비서관으로 보좌했던 원조 친노 성골 중에 한명입니다. 경남 양산 지역구에서 여러번 낙선해 문재인이 항상 애틋하게 생각한다고 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제1 부속비서관으로 임명되었고 (참고로 박근혜 청와대의 제 1 부속비서관은 정호성입니다. 대통령의 수족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후 정무비서관으로 임명되어 근무했습니다.


 


나는 마찬가지로 이 사람 역시 드루킹 사건을 계기로 이름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드루킹이 운영하는 경공모와 연관된 인물이라는 보도가 있었고, 대선 전에 드루킹에게 4차례 돈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났으나, 검찰은 이와 관련된 정치자금법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그와 별개의 금품수수 혐의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하였습니다. 




6. 조한기 (현 청와대 제 1부속 비서관,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의전비서관을 지내는 동안 대통령의 여러가지 홍보 등을 책임져 왔고, 그의 휘하에 있었던 인물 중에 가장 유명한 인물이 탁현민 선임행정관입니다. (탁현민은 의전비서관실에서 근무했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제1 부속비서관 직을 맡아 대통령을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18대 대선 당시 신동해빌딩에 상주하며 문재인 캠프의 온라인 기동대를 이끌던 핵심 주체였기 때문입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는 물론이고,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와 오늘의 유머 등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를 상대로 문재인 캠프의 SNS 기동대가 전방위적으로 달라붙어 여론 대응 및 댓글 작업을 벌입니다. 이들의 활동은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19대 대선 직전에도 문재인은 또다시 조한기를 캠프에 영입하며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다는 소리가, 18대 대선 때는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댓글을 조작했으니, 자기네들도 그런 조직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 이건 결격 사유가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상 드루킹이 활동하기 전까지 문재인 진영의 온라인 여론 관리를 총괄하고 있던 인물인만큼, 지금도 예의주시하면서 볼 필요가 있는 양반입니다.




7. 노영민 (현 청와대 비서실장, 전 주중대사)


임종석의 바통을 이어 현재 청와대 비서실장직을 맡고 있는 양반입니다. 시집 강매 파문으로 유명한 정치인인데, 원조 문지기 멤버 중에 한명이기도 하고, 대선 때도 캠프에서 중책을 맡으면서 친문 핵심 중의 핵심으로 분류되곤 했었지요. 김경수나 전해철이 문재인의 최측근이라면 노영민은 친문계 내부의 서열 1위 최고 큰어른입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임종석의 영향력이 매우 강한 편이었고, 임기 동안 그의 정치적 세가 커졌다고는 하나, 그 무게감으로 따지면 민주당 내에서 임종석은 노영민과 비교할 급이 아닙니다. 노영민은 거의 원로 취급받는 정치인이고, 이해찬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입김이 센 편입니다. 지난 8.25 전당대회 당시 이해찬의 당대표 당선으로 당청 관계에서 당에 무게가 약간 쏠렸다면, 노영민 비서실장 임명은 다시 그 균형추를 청와대 쪽으로 옮겨온 한 수라고 보는게 타당합니다. 청와대에서는 진짜 왕실장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대다수였고, 당에서는 총선 공천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각에서 생길 정도로 존재감이 큰 인물입니다.